Not Short Retrospective 24 Q1.5

구직과 면접, 개인적인 변화를 기록하며 프론트엔드 엔지니어가 되기 전 2024년 상반기를 돌아본다.

Career, Retrospective, Job Search, Frontend

여기저기 지원하고, 시험을 보고, 또 면접을 보고. 1월은 무언가 한 것이 없다고 느껴졌지만 돌아보고서야 꽤나 빽빽했음을 지각할 수 있었다. 12월 내내 괴롭혔던 중이염도 말끔하게 가라앉았다. 반 고흐가 된 기분으로, 청각을 포함한 감각 기관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기도 했다. 실제로 12월 말에 치르게 된 면접 몇 건을 준비할 때는 ‘못 들어서 답답해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마음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눈여겨보던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지원해 서류 전형, AI 면접 전형을 넘어 실무 면접으로 향하기도 했고, 작년에 지원하고 잊고 있던 다른 회사에서 합격 연락이 와 전화 면접과 실무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여러 회사에 맞추어 지원하면서 동시에 면접을 준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했지만, 시간이 아쉬운 건 나였다.

2월은 며칠간 입원하며 철심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을 마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퇴원과 동시에, 동경하던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서류 전형에 합격해 과제를 치를 기회를 얻었고, 일주일 내내 과제의 완성에 매진했다. 게다가 저번 달에 실무 면접을 치른 곳에서 임원 면접까지 가는 영광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항상 그래왔듯이 설레발은 떨지 않기로 했다. 한껏 부푼 기대감은 그만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듯한 기분도 함께니까.

인공지능 스타트업에선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연락조차 없었고, 동경하던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과제는 다른 회사의 임원 면접을 맞이하니 무심결에 해이하게 마무리한 것 같다. 다만 어디서 듣기 어려운, 풍부한 피드백으로 현위치에서 도약할 수 있는 숙제를 남겨 주셨다. 작년 여름에도 그렇게 피드백을 결과에 동봉해준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와 이번 회사 모두 지원자의 채용 프로세스 경험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좋은 이미지로 남았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지만, 주변에서 물어본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줄 의사가 있다.

그렇게 중순 무렵, 하나의 최종 합격을 얻게 되었다. 생각보다 날카로웠던 기본기에 대한 질문들, 꽤 관심 있던 분야, 한 번쯤 담당해보고 싶었던 영역의 업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위치보다 드높았던 처우. 결단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곧바로 합류 의사를 전달했다.

이제서야 끝났다는 해방감에 긴장이라도 풀린 모양인지, 입사를 앞두고 생긴 보름동안, 절반의 기간은 몸살 혹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되었다. 그럼에도 서울을 위한 준비는 착실히 해나갔다. 여담이지만, 다시 집에 들어와 지내며 쌓여버린 많은 짐들을 버리며, 버릴 때 비로소 새로 채워나갈 공간과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다.

프로젝트 중간에 들어와서 업무를 인계받고 흐름에 올라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 욕심과 별개로 기술은 낯설었고, 도메인 지식도 부족했다.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익숙하지 않았으니, 퍼블리싱 업무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이때부터 스쿼드도 서로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사수님이 정말 빛과 소금 그 엇비슷한 존재로 군림하시는 것 같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새로운 인사이트와 경험치가 되었다.

그러다 3월 중순 무렵, 프로젝트성 업무 외에 스팟성 업무가 하나 생겼다. 퍼블릭하게 공개되어 있는 데이터 분석 프로덕트에 새로운 데이터 지표를 추가하는 일이었는데, 어차피 근미래에 맡게 될 업무니까 자진해서 해보겠다고 말씀드려 맡게 되었다. 기존에 담당하시던 개발자님과 해당 파트의 백엔드 개발자님의 도움으로 개발자로서의 첫 배포를 이 때 경험하게 되었다. 이후 피드백 사항은 다소 있었지만, 처음 배포할 때 그 두근거림은 잊지 못할 것 같다.

3월 말 부터는 맡던 퍼블리싱 업무를 내려두고, 더욱 중요한 서비스의 개발 업무에 투입되었다. 사수님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예상 업무 기간을 추정하고, 이에 맞게 업무를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다. 이전보다 기술적 숙련도는 늘어나고 있음이 느껴졌고, 문제를 분석하고 풀어내는 능력도 향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4월 말에는 이전 번의 스팟성 업무처럼 신규 지표의 추가가 새로운 업무로 들어왔다 – 정확히는 월 초에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해당 파트 담당 백엔드 개발자님, 지표 검토와 피드백을 맡아주시는 리서처님과 함께 큰 도움을 받지 않고 상용 배포를 해낼 수 있었다. 조금은, 성장한걸까?

5월. 처음으로 한 일정 산정은 어려운 일이었고, 결과적으로 실패에 가까운 것 같다. 핑계를 대자면 프로젝트 중간에 투입되었고, 기술적인 이해도도 아직 미흡했다는 점인데, ‘내가 조금 더 능력이 있었다면’, ‘내가 조금 더 배우려 노력했었다면’, ‘내가 조금 더 시간을 투자했었더라면’이란 아쉬움도 공존한다. 그리고 개발자가 되어, 꽤나 좋은 회사에서, 업무를 나름 척척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스쿼드원, 프론트엔드 팀원 분들과도 어느 정도 친해진 것 같다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고, 입사했을 때의 ‘나만 잘 하면 되겠다.’는 생각은 더욱 공고해졌다. 입사 당시에만 해도, 뭘 모르는 지 몰랐고, 그 틈을 어떻게 메워야할 지도 영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수님만이 빛이었고, 나는 그저 말하는 고구마 내지는 감자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스스로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더 배워야 할 지 깨닫기 시작했다. 어쩌면 사수님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적어졌다는, 소프트웨어처럼 자동화된 부분이 생기고 있는 건 아닐까? 훗날에는 사수님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개발자가 되고 싶다.

사실 이 공간에는 순전히 정보만을 전달할 수 있는, 주관이 담기지 않은 글감만 나열하려 했었다. 그렇지만 이 처음의 기억과 감정을 남겨 두고, 먼 훗날 올챙이 적 시절을 기억하는 개구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고, 혹여나 사우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항상 자기 일처럼 선뜻 나서서 도와주시는 사수님, 업무 중에도 도움을 구하면 바로 해결해주시는 전임 개발자님,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항상 신경써주시는 팀장님, 항상 아침에 반갑게 맞아주시고 같이 데이터 분석 프로덕트 개발하는 백엔드 개발자님, 물어보는 것마다 살갑게 알려주고 도와주시는 같은 스쿼드 동갑내기 백엔드 개발자님과 기획자님, 언제나 잊지 않고 챙겨주는 프론트엔드 팀원분들과 DAP 스쿼드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원문: Medium